'2025 올해의 차' 35대 후보 공개...내년 1월 실차 평가
2024-12-24
스포츠 투어러는 빠르고 편하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르는 인기 차종이 많다. 그리고 하나 같이 150마력 이상 최고출력과 시속 200km를 가뿐히 넘어서는 속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고급스러움이란 특징까지 아우르는 스포츠 투어러는 흔치 않다. 단 하나, BMW모토라드 K 1600 GT를 제외하면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 1600 GT는 빠른 속도와 편안함, 그리고 고급스러움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래서 K 1600 GT와 함께 하는 장거리 투어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2박 3일 동안 900km를 달리며 K 1600 GT는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즐거움은 강력한 성능이다. 이런 느낌은 모터사이클에서 유일무이한 직렬 6기통 방식의 1649cc 엔진에서 비롯된다.
두 다리 앞에 일렬로 촘촘하게 배열된 6개의 피스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느낌은 매우 중독적이다. 그 어떤 모터사이클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감각이다. 마치 실키식스로 유명한 BMW 자동차의 직렬 6기통 엔진 같다.
공회전 시에는 마치 용암이 끓는 것과 같이 거칠다. 강력한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로틀을 가볍게 비틀면, 마치 전기모터처럼 매끈하게 회전한다. 그러다 6000rpm을 넘어서면 뒷덜미가 쭈뼛할 정도로 다시금 폭발적인 힘을 토해낸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간다. 엔진 회전이 워낙 빠르고 매끄럽기 때문이다.
K 1600 GT 엔진은 중저회전영역에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다. 웬만한 스포츠 투어러의 최대토크를 상회하는 140Nm가 2000rpm부터 쏟아져 나온다. 180N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터지는 시점도 5250rpm에 불과하다. 160마력의 최고출력 또한 6750rpm에서 폭발하는데, 이는 동일한 출력을 가진 이전 세대 모델보다 1000rpm이나 이른 시점이다. 때문에 스로틀을 조금만 비틀어도 K 1600 GT의 모든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설정은 빠른 엔진 회전수 상승과 만나 K 1600 GT의 가속력을 부추긴다.
스로틀을 지긋이 비틀고 있으면 K 1600 GT는 느낌상 묵직하게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대낮에도 선명하게 빛나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정신없이 숫자를 바꾼다. 이런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진 고속에서도 K 1600 GT는 엄청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1618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와 공차중량 343kg의 묵직한 차체, 그리고 뛰어난 공력 성능 덕분이다.
특히, 완벽에 가까운 공력 성능은 장시간 주행에서 안락함을 크게 높여준다. 전동식 윈드스크린을 최대로 올리면 전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대부분 막아준다. 반대로 답답함이 느껴지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는 윈드스크린을 낮추고 좌우 페어링의 스포일러를 열면 된다.
K 1600 GT가 안락한 요인은 또 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다이내믹 ESA 덕분이다. 새로운 세대로 진화한 K 1600 GT의 다이내믹 ESA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 탑승자의 무게, 동승자 여부, 짐 적재량 등에 따라 자동으로 초기 하중을 조절한다. 그리고 그에 맞춰 최상의 댐핑 값을 제공한다. 심지어 급격한 가속과 감속 상황에서도 피칭을 최대한 억제한다. 그래서 시종일관 안정감이 넘치고 안락하다. 마치 럭셔리 컨버터블을 타는 듯하다.
물론, 레인·로드·다이내믹 등 주행 모드에 따라 감쇠력이 바뀐다. 다만 기본적으로 K 1600 GT의 서스펜션은 안락함을 지향한다. 때문에 로드 모드에서 시골길의 크고 작은 과속방지턱과 둔덕을 물 흐르듯 넘을 수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안락함이라는 특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K 1600 GT는 코너에서도 커다란 차체를 휘두르는 재미가 있다. 단순 수치로는 크고 무겁지만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어 굽이진 길에서 부담이 적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경쾌한 조향 감각이다. K 1600 GT의 앞바퀴에는 일종의 더블 위시본 방식인 BMW 특유의 듀오 레버가 적용됐다. 그래서 조향과 충격 흡수를 분리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거대하고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핸들링은 한 체급 아래 모터사이클만큼이나 민첩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K 1600 GT만의 독특한 라이딩 포지션이 달리는 재미를 더한다. 다른 K 1600 시리즈의 시트 높이가 750mm인 것과 달리 K 1600 GT는 810mm로 상대적으로 높고, 핸들바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상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가 연출된다. 덕분에 K 1600 GT를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 같은 특징들 때문에 K 1600 GT와 함께 하는 여행은 지루할 수가 없다. 몸이 힘들 때는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고, 반대로 심심할 때는 K 1600 GT의 역동성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 모든 과정에 고급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4000만원이라는 가격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단 하루만이라도 K 1600 GT를 경험하고 난다면, 왜 이 모터사이클을 궁극의 럭셔리 스포츠 투어러라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글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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