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넨탈, 감성 충만 디스플레이 '이모셔널 콕핏' 공개
2024-12-26
‘2019 상해모터쇼(Auto Shanghai 2019)’에서는 자국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존의 ‘싸구려’, ‘짝퉁차’ 이미지를 버리고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첨단 사양 등을 갖춰 글로벌 업체 못지 않은 제품을 선보인 제조사가 대폭 늘었다. 외국 기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이름 조차 읽을 수 없는 브랜드도 많았다. 북경모터쇼를 다녀오고 불과 1년 사이. 잠깐의 시간에도 많은 브랜드가 변했고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중국 브랜드가 오늘날 만큼 성장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초창기 중국의 자동차는 해외의 유명한 회사가 중국 지방정부와 손을 잡는 구조. '베이징현대', '상하이 폭스바겐'과 같은 회사가 그것이다. 각 지방 정부마다 자동차 브랜드와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자국 시장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믿었고 현실로 그렇게 이뤄졌으니 앞다투어 달려갈 필요가 있었다.
발전이 빠르면 필연적인 요소가 합종연횡. 난립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정리가 필요했다. 국가에서 생산 허가를 내주는 구조로 진행했지만 그래도 차를 연간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수두륵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왔고 그 중 하나가 인수합병이다. 90년대 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토종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개의 중국 브랜드가 난립하다가 지금은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완성되는 분위기,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예로 들면 상하이자동차(上汽・SAIC), 중국제일자동차(一汽・FAW), 베이징자동차(北汽・BAIC), 치루이(奇瑞・CHERY), 창안(長安・CHANGAN), 지리(吉利・GEELY), 창청(長城・Great Wall), 둥펑(東風・DFL), 장화이(江淮・JAC) 등이 있다.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로 꼽히는 상하이자동차(SAIC)는 수십 개의 완성차 회사 및 부품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1982년 폭스바겐과 합작해 상하이폭스바겐을 설립한 이후 GM, 쌍용차, MG 로버그룹 등을 인수했다. 현재는 럭셔리 브랜드 ROEWE(로위), 전기차 브랜드 맥서스(MAXUS) 등을 따로 운영하며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상하이오토쇼의 시작 무대도 역시 상하이자동차가 차지했다. 관련회사가 모두 한 곳에 모여있다. 상하이모터쇼, 상하이자동차, 로위를 포함해 완전히 다른 무대를 나란히 만들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로위. 영국 로버그룹에서 자동차 관련 생산 라인과 판매권 일부를 인수했다. 전격적인 브랜드 인수는 실패해 비슷한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엠블럼까지 비슷하다.
로위는 올해 비전 컨셉트라는 차를 메인 무대에 올렸다. 유럽, 특히 영국의 전통을 강조하고 싶은 분위기다. 엠블럼 역시 유럽 가문의 문장과 비슷한 디자인이며 모델로 서양인을 세웠다. 상하이자동차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기서 나온다. 중앙에는 상하이자동차의 관련회사를 모두 모아 조형물을 만들었다. 천정에 높게 달린 조형물은 한 눈에 관련 회사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중국 자동차 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초기 제휴선을 어디로 정했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특징도 매우 많이 달라졌다. 독일계 자동차와 제휴 관계가 있는 회사는 지금도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생산하는 자동차 역시 독일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인기가 좋다. 처음에는 해외의 유명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 형태로 운영하다가 별도의 브랜드를 추가하기 시작했고 고급차, 친환경차, 대중차, 소형차, 상용차 등 종류별로 별도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계 회사와 손을 잡은 브랜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53년 만들어진 중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 중국제일자동차(FAW, 한자를 읽으면 중국제일기차다). 폭스바겐, 토요타, 아우디, 마쯔다 등과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아울러 중국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고급 브랜드 ‘홍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모터쇼에서 홍치 부스에는 최근 젊은층 공략을 위한 비교적 크기가 작은 세단이나 전기 SUV 등을 앞세워 전시했고 옆에는 대형 SUV에 중국의 디자인을 더한 모델을 전시하기도 했다.
올해 모터쇼에서 목격한 가장 큰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소위 짝퉁차의 몰락과 전기차의 부흥이다. 과거 쉐보레의 디자인을 도용했던 체리자동차는 '달리는 즐거움'을 주제로 내세우며 신차를 발표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아우디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자체 디자인으로 경쟁에 나섰지만 평범한 분위기. 중국의 5대 자동차 브랜드로 불리던 회사인데 이번 모터쇼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체리의 부진은 새로운 브랜드 코로스(QOROS)가 이어가고 있다. 엔진니어의 대부분을 독일인으로 영입했고 MINI 브랜드의 수장 거트 할더브란트를 영입하며 2011년부터 힘을 싣고 있다. 체리자동차가 절반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는 해외의 자본유치를 통해 만든 회사인데 초창기 중국 자동차가 지방정부와 해외 자동차회사의 결합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체 자동차 브랜드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자본을 섞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이 2014년부터 시행한 신조차운동(新造车运动)을 기점으로 전통적인 자본의 결합을 벗어난 소위 '스타트업' 형태의 자동차 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테슬라라고 부르는 NIO는 자동차 관련 웹서비스를 제공하던 IT가이 '리빈'이 창업했다. 초기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중국의 텐센트에서 지분을 사들였고 미국의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나스닥 상장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같은 회사의 등장으로 중국 자동차 산업은 최근 6년 사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를 만들면서 간소화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지자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어서 6년 전 50여개에 불과하던 전기차 제조사가 지금은 약 500개 까지 늘어났고 이들의 연간 생산량을 합하면 1000만대에 이른다. 중국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재 전기차의 수요가 지난해 기준으로 130만대. 올해 크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200만대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나머지 800만대의 생산물량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중국 자동차 업계가 크게 발전하다가 인수합병이 지속됐다"며 "최근의 전기차 붐을 지켜보면 필연적으로 인수합병 혹은 폐업과 같은 극단적 방안들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 자동차 발전 역사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쌍용자동차는 SUV 모델 위주로 재편되는 등의 합병화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시장에 반하긴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상하이=이다정 기자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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