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자동차 10대 뉴스...변화무쌍·예측불허
2024-12-19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를 뒤로 하고 앞다퉈 전기차를 내세운다. 그러나 배터리 원자재 가격, 전기차 충전소 등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런 이유로 하이브리드차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간극을 메워줄 대안으로 꼽힌다.
사실 하이브리드차는 자동차 시장에 등장한지 꽤 오래다. 90년대 토요타를 중심으로 양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와 관련해 무수한 특허와 기술을 보유했다. 하이브리드 후발 주자로 나선 브랜드들은 이를 피해 각자의 방식으로 엔진과 모터, 변속기에 역할을 부여하며 고유의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은 2010년 즈음 극한의 연비 경쟁을 통해 두드러졌다. 몇몇 브랜드에서 1ℓ로 100km를 가는 이른바 ‘1리터카’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 폭스바겐이 2011년 선보인 ‘XL1’이 대표적이다. 48마력의 2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27마력급의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당시 가격이나 공간, 실연비 등 여러 한계점을 나타냈지만 효율의 측면에서 혁신과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남겼다.
비슷한 시기 르노 역시 1리터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2014년 파리 모터쇼에서 1ℓ로 100km를 주행하는 콘셉트 ‘이오랩(EOLAB)’을 선보였다. 보다 향상된 성능과 효율은 물론 폭스바겐이 1리터카를 개발하며 겪은 여러 한계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75마력의 3기통 가솔린 엔진과 67마력급의 전기모터가 조합을 이뤄 움직이며 전기만으로 시속 120km의 속도로 최대 6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당시 르노는 “이오랩에 사용된 기술을 양산차에도 적용할 것이며, 2016년에는 20~30%, 2018년에는 50~60%, 2022년에는 80~90%를 도입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2022년이 된 지금 이 목표는 실제로 이뤄졌을까? 이오랩을 시작으로 등장한 르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약 8년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 올 가을 르노XM3를 통해 국내 출시된다.
XM3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르노의 하이브리드는 모터를 엔진의 보조 개념으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사뭇 다르다. 주행 내내 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오히려 엔진이 모터를 보조하는 개념이다. 명칭도 E-TECH 하이브리드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는 시동을 걸고 초기 가속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엔진 동력으로 금새 전환된다. 하지만 E-TECH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무조건 배터리를 사용한다. 급가속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고 배터리 충전까지 담당한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도심 주행의 75% 구간에서 전기 모드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행하는 동안 전기 모터가 주력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이질감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발할 때는 물론이고 주행을 하는 도중에도 급격한 부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엔진의 힘은 배터리로 가고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구동하기 때문에 실제로 전기차와 비슷한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구현이 가능했던 건 르노가 F1 운영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 덕분이다. 르노는 F1 머신에 활용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양산차에 구현했다. 먼저 1개의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 배터리와 멀티모드 기어박스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구체적으로는 1.6 ℓ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15kW급 모터와 36kW급 고출력 E-모터, 1.2kW급 배터리, 이와 함께 맞물려 구동하는 멀티모드 기어박스가 E-TECH 하이브리드의 핵심 기술이다.
멀티모드 기어박스는 엔진용 4단, 전기모터용 2단으로 구성된다. 구동에 관여하는 주력 모터인 고출력 E-모터는 2개의 기어로 바퀴에 연결돼 있으며 1단 기어로 75km/h까지, 2단 기어로는 160Km/h까지 주행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구동 상황에서 모터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15kW급 모터는 제너레이터와 스타트모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주행 중 엔진을 구동할 때 구동 중인 모터 회전 축과 속도를 맞추고, 기어 변속 시 속도에 맞춰 엔진 회전수를 조절해 변속 충격을 줄여주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 전문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이브리드, 전기차 시대에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FAJA 클래스에서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하이브리드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무게가 그대로 더해져서 무겁다"며 "르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멀티모드 기어박스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쳐 패키징 볼륨을 45% 줄이고 원가를 30% 절감해 합리적인 차값을 확보했다. 또 WLTP 기준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45% 줄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르노의 하이브리드는 국내 출시에 앞서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XM3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출 10만대를 돌파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가 63%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도 함께 준비 중이다. 르노는 오는 2030년까지 BEV(배터리 전기차) 판매 비중 9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CMF-EV CMF-BEV) 확대, 인하우스 모터 파워 일렉트릭 시스템 모듈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2025년까지 BEV(배터리 전기차)를 30%, XHEV(하이브리드)를 35% 판매를 목표로 밝히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동력원 구성으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맞이하겠다는 전략이다.
dajeong@autoca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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